일본거래소 “규제 만으로 약세장 공매도 영향 제어 가능”
“시장이 약세(bearish)일 때도 업틱(up-tick) 룰과 같은 공매도 관련 가격 제한 제도를 통해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제어할 수 있다.”
일본 도쿄 증권 거래소는 최근 ‘2020년 3월 등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본지 문의에 이렇게 답했다. 일본과 미국·영국 등 금융선진국들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공포로 증시가 급락하던 2020년 3월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도쿄 거래소 “공매도, 유동성 공급 등 중요한 역할”
업틱 룰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공매도 규제’다. 반드시 주식을 빌린 후에야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정과 함께 대표적인 공매도 규제고, 우리나라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도쿄 거래소는 “일반론적으로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제도”라고도 했다.
일본에서는 전체 거래 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의 비중이 40%대로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증시가 크게 하락했던 지난 6월에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준 7.1% 수준이었다. 일본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의 비중은 2020년 3월에 크게 높아지지도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매도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적절히 규제 받지 않는(unrestricted) 공매도가 주가가 하락할 때 하락을 가속화하고, 주가 조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 공매도는 업틱 룰이나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정을 통해서 제어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과거 대공황 시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공매도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공매도 관련 데이터를 규제당국이 실시간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지면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세계 거래소 연맹 “공매도 금지 효과 없다”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가입돼 있는 세계거래소연맹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사태가 벌어진 2020년 3월 이후 “공매도 금지가 효과가 없는 조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후 공매도 관련 연구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가격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공매도 거래자들은 다른 투자자들과 별반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것보다 주가 하락에 영향을 덜 준다”고 밝혔다.
연맹은 2020년 5월에는 코로나 사태에 따라 공매도를 규제한 유럽 여러 나라의 증시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국가 증시에 비해 크게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공매도를 규제한 국가에서) 주식의 변동성은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매도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 등을 반영해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