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실수로 끝난 선수 인생, 2년 기다림 끝 은퇴…송우현 새출발 "좋은 코치 되겠다"

한 번의 실수로 끝난 선수 인생, 2년 기다림 끝 은퇴…송우현 새출발 “좋은 코치 되겠다”

[OSEN=이상학 기자] 단 한 번의 실수로 프로야구 선수 인생이 끝났다. 독립리그에서 2년을 준비했지만 속죄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선수 은퇴를 결정한 송우현(28)이 코치로 새출발한다.

송우현은 최근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대전의 ‘도슨트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출신으로 스카우트도 지낸 김진영 대표의 타격 담당 코치 제안을 받고 결정을 내렸다. ‘코치 송우현’의 새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210승을 거둔 ‘레전드’ 송진우 세종원스톤야구단 감독의 차남인 송우현은 좌투좌타 외야수로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6라운드 전체 58순위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하는 등 2군 생활을 거쳐 2020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21년 개막전에서 9번타자 우익수로 나와 5회 데이비드 뷰캐넌에게 좌측 2루타를 치며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송우현은 전반기 69경기 타율 2할9푼6리(250타수 74안타) 3홈런 42타점 OPS .786으로 깜짝 활약했다. 송진우의 아들이 아닌 키움의 주전 우익수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렸다.

인생 최고의 나날이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야구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도쿄올림픽으로 KBO리그가 휴식기를 보내던 그해 8월8일 저녁.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송우현은 대리운전을 불러 이동했지만 자신이 직접 주차를 하다 음주운전에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구단에 자진 신고를 했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으로 일부 선수들의 술판 사태로 시즌이 중단되는 등 야구계가 쑥대밭이 된 때였다. 이 엄중한 시기에 잘못을 저지른 송우현은 8월11일 구단으로부터 웨이버 공시됐다. 방출 통보였다.

한 번의 실수로 혹독한 대가, 그래도 야구 포기 안 했다

큰 실수를 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25살 젊은 선수에게 한 번의 실수로 인한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만취 상태로 역주행을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는 오보로 인해 여론이 더 크게 악화됐다. 해명을 하고 싶어도 그때 당시에는 그조차 변명처럼 들릴까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음주운전은 했지만 사고는 없었다. 그해 12월 약식기소를 거쳐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주운전 한 번은 대부분 구단들이 용서하고 품어줬다. 그런데 송우현의 경우 시기가 무척 나빴고, 오보로 인한 역풍까지 맞았다. 1군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시점이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야구가 늘고, 재미를 붙여가는데 쉽게 배트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방출 후 만성 통증이 있던 손목 수술을 받은 뒤 독립리그에서 야구를 이어갔다.

송우현은 “2021년 야구가 잘됐다.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다.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독립리그는 프로와 환경이 달랐다. 운동을 하고 나서 오후에 일하러 가는 선수들이 많았다. 나도 저녁에는 야구 레슨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생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2년간 야구를 하기 위해 이사를 다섯 번이나 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으면 버틸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2022년부터 송우현과 인연을 맺고 있는 김진영 대표는 “우현이는 야구를 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진짜 리스펙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야구에 대한 진정성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 경기도, 대전, 광주 등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들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테스트까지 봤지만…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송우현은 2022년 고양 위너스, 2023년 파주 챌린저스에서 경기도 독립리그를 뛰며 혹시 모를 프로의 부름을 기다리고 준비했다. 음주운전 1회 적발시 50경기 출장정지라는 KBO 징계 규정이 걸림돌이긴 했지만 20대 중반 젊은 선수에게 한 번은 더 기회가 갈 줄 알았다. 독립리그에서 2년을 풀로 소화하며 꾸준히 경기 감각 유지했고, 실제 몇몇 팀에서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중에는 테스트까지 보며 “데려가겠다”는 팀도 있었다. 기량으로 본다면 당연히 데려가고도 남을 만한 선수이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았다. 송우현 이후에도 KBO리그에선 음주운전 선수들이 계속 나왔다.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구단들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웠지만 복귀의 희망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했던 송우현에겐 좌절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그만 해야지’라고 생각할 때마다 다른 팀에서 연락이 왔다. 데려가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미뤄지고, 못 가게 되는 게 이어지다 보니 심적으로 지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선수에 대한 미련이 남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실수에 대한) 후회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경기도 화성에서 창단 예정인 독립팀의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송우현은 “언제까지 선수를 할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김진영 대표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틈틈이 유소년 야구 선수들을 위한 재능 기부로 봉사 활동을 하며 가르치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다. 이제는 타격코치로 유소년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인, 프로 등 다양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타격 지도에 나선다.

좋은 지도자들에게 배운 것처럼…공부하는 코치 다짐

선수 생활 때 만난 지도자들의 가르침이 ‘초보 코치’ 송우현에게 좋은 지침서와 같다. 그는 “그동안 많은 지도자 분들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허문회 감독님, 송지만 코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타격이 되게 어려운 건데 쉽게 풀이해주셨다. 멘탈적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됐고, 그때 배운 걸로 계속 야구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송우현은 “박병호 선배님, (김)하성이형, (이)정후 등 키움에서 좋은 선수들과도 같이 뛰었다. 옆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많다. 타격은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일 쉬운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어렵다”며 앞으로 지도 방향에 있어 지향점도 살짝 보였다.

이제 코치로 첫발을 내딛은 만큼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요즘은 학생 선수들도 영상으로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라 코치도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대전에 아카데미를 차린 김진영 대표는 미국 시카고 컵스 출신으로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최신 이론 습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일본 오키나와, 미국 애리조나에서 NBP 및 MLB 팀들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훈련도 지켜볼 예정이다.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김진영 대표와 함께 해외도 따라가는 송우현은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께는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도움이 되는 사람,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열심히 할테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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