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번째 봄' 도심 문화제 "노란 리본 만들며 기억"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청소년 기억문화제가 열린 13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어린이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2024.04.13. [email protected]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 서울 도심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 연대) 등은 13일 오후 3시30분께부터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일대에서 ‘4·16 기억 문화제 in 서울’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세월호의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국가는 생명 안전 보호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기후 위기에 관한 대비책도 없어 반지하 침수 피해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기후 재난도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명 안전은 잊지 않았다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능하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등을 기억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 사회를 향한 다짐을 다시 새겨보자”고 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노란 리본 공작소와 노란 종이배 퍼포먼스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행사가 시작되기 10분가량 전부터 4·16 기억상점과 4·16 공방, 4·16 목공방 등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하던 유가족들은 이 공방에 모여 서로 아픔을 나눴다.

[서울=뉴시스] 이소헌 수습기자 =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16 기억문화제 in 서울’ 행사가 열렸다. 행사 부스 앞에 참여하기 위해 서 있는 시민들. 2024.04.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스를 찾은 시민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작은 크기의 향수를 비롯해 10주기 로고가 새겨진 고래나 리본 모양의 나무 가방걸이를 만들고 있었다.

나무를 사포로 갈고 있던 김연아(9)양은 “리본이랑 고래 모양을 만드는 게 재밌다”면서도 “세월호로 언니와 오빠들이 많이 죽었다고 들어서 슬프기도 하다”고 했다.

경기 양평군에서 왔다는 김양의 어머니 홍미현(45)씨는 “아이가 2014년생인데 제가 임신했을 때 (세월호 참사가) 터져서 크게 다가왔다”며 “앞으로도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전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부터는 3차선 도로가 사람들로 꽉 차 한 줄로 줄을 서 이동해야 했다. 한 여성은 “자꾸 참사가 반복되니까 이렇게라도 기억해야지”라고 말하며 부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유모차에 딸을 태우고 온 여성, 딸의 손을 잡고 온 남성 그리고 노란 나비를 머리나 모자에 각각 2~3개씩 달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 등 다양한 시민이 행사 장소를 찾았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두고 광주청소년 기억문화제가 열린 13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이 생활 속 안전 수칙 문구를 적고 있다. 2024.04.13. [email protected]

서울 강북구에서 온 김장희(43)씨는 기억상점에서 아들에게 주기 위한 분홍색 팔찌를 샀다. 김씨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주고 기억해 줘서 다행이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점심을 먹다가 뉴스를 봤는데 충격적이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가 안 됐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노란 리본 제작소와 노란 나비 입양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Q&A 부스들도 시민들로 붐볐다.

경기 파주시에서 온 직장인 전재욱(33)씨는 “Q&A 부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질문과 답을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직 많은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세월호 책임자 중 처벌받은 해경이 단 한 명이라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책임 소재에 관해 정말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가 이렇게까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노란 나비 입양소에서 시민들에게 노란 나비 스티커를 붙여주던 류호규(46)씨는 “사실 (세월호 참사를) 잊고 지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며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류씨는 “벌써 10년이 되다 보니까 일반 시민 중에는 세월호 참사를 잊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아울러 재난 참사와 생명 안전, 기후 위기 등의 주제를 다루는 단체들도 각자 부스를 꾸려 참석했다. 오송 참사 시민대책위원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도 부스를 차렸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부스 앞에서 시민들에게 보라색 풍선을 나눠줬다. 부스에서 일을 돕는 이태원 유가족들도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을 맞이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는 기억 문화제 본 행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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