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몽키스패너' 살인미수범 징역 15년… 피해자 "출소 후 보복 두려워"

‘부산 몽키스패너’ 살인미수범 징역 15년… 피해자 “출소 후 보복 두려워”

‘부산 몽키스패너’ 사건 피해자 가족이 지난달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피해자 치료 중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너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지난해 2월 23일 밤 11시쯤 부산에 사는 30대 남성 A씨가 옛 연인인 30대 여성 B씨에게 말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있던 B씨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와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손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그으려 했고, B씨는 놀라 흉기를 빼앗았다. 그러자 A씨는 이번엔 근처에 있던 가위를 들고 “다시 만나달라”며 자신의 손목을 긋고 재결합을 요구하며 B씨를 협박했다.

두 사람은 2020년 7월쯤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중순 A씨가 사채를 끌어다 쓰고, 도박을 하다가 진 빚 문제로 다투다 결별했다. 이 무렵부터 A씨는 B씨와 B씨의 언니에게 “너 내 전화 차단했냐”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연락을 시도하거나 B씨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 기다리는 행위 등을 반복했다.

불안해진 B씨는 경찰에 스토킹 범죄 신고를 했다. 이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게된 A씨는 더욱 앙심을 품게 됐다. A씨가 B씨 집을 찾아가 자해를 하면서 재결합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도 그 이후였다.

몽키스패너·식칼 구입 직장 찾아가

A씨의 집착과 앙심은 직접 흉기를 구입하는 행위로 이어졌다. B씨의 집에 불법적으로 들어가 위협한 지 일주일 가량 뒤인 3월 2일 낮에 A씨는 총 길이 30㎝가량인 몽키스패너와 날 길이만 13㎝인 흉기를 샀다. 그는 몽키스패너와 흉기를 갖고 B씨가 일하고 있는 부산의 한 사회복지관을 가서 계속 만남을 요구했다. B씨는 거절했고, 예정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가야 했던 A씨는 B씨에게 “연락 꼭 받아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후 A씨는 경찰서 인근에 몽키스패너와 흉기를 버린 뒤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를 받던 중 B씨가 경찰관에게 연락하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를 마친 뒤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앞으로 B에게 찾아가지도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화가 났고, 순간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찰서를 나온 그는 버렸던 몽키스패너와 흉기를 다시 주워 점퍼 주머니에 넣고 B씨를 만나러 갔다.

오후 5시쯤 B씨가 사회복지관 1층 마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A씨는 “왜 내가 찾아온 사실을 알렸느냐”면서 따졌고, 계속해서 만남을 요구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거절을 하면서 112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격분한 A씨는 “나 큰 맘 먹고 왔다. 네 주변 사람을 없앨까, 너를 없앨까”라고 말하면서 흉기로 B씨를 겨눴다. 크게 놀란 B씨는 “제발 이러지 말라.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머리 내려치고 가슴 찌르고

A씨는 주머니에서 몽키스패너를 꺼내 B씨의 왼쪽 머리 부위를 내리쳤다. 충격이 어찌나 강했던지 몽키스패너가 튕겨져 나갈 정도였다. 몽키스패너를 놓친 A씨는 이번엔 흉기로 B씨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찔렀다. 도망가려는 B씨를 쫓아가 다시 흉기를 두 번가량 더 휘둘렀다.

비명 소리를 듣고 B씨의 직장 동료들이 달려 나왔다. 한 남자 동료가 말리기 위해 흉기를 들고 있던 A씨의 오른손을 잡았지만 A씨는 힘을 쓰며 쥐고 있던 흉기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동료도 손가락을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직장 동료들에게 제압당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범행을 말리려던 동료 직원이 정신적 고통으로 직장을 그만 둘 정도로 현장은 공포스러웠다고 한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부상은 심각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건 물론이고 오른쪽 가슴이 5㎝ 가량 찢어졌다. 흉기 날에 갈비뼈 1개가 잘릴 정도였다. 오른쪽 횡격막 파열과 폐, 간까지 손상을 입었다.

심신미약 주장, 징역 15년 확정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주거침입, 특수상해, 특수협박, 스토킹 범죄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스토킹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 80시간, 보호관찰 5년 등도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하는 절대적 가치”라며 “이를 침해하려는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보호관찰 명령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주거침입, 특수협박, 스토킹 범죄를 반복하다 결국 살인 미수 범행까지 저질렀다”면서 “범행의 동기나 경위, 피고인의 성향, 범죄전력 등에 비춰 향후에도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변명조인 반성문의 내용 등을 볼 때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충동조절장애를 앓았다거나 그에 관한 치료를 받았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는 “상고이유를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1심 판결을 2심에서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징역 15년이 확정된 것이다.

“출소해도 건장할 것, 보복이 두렵다”

A씨는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피해 여성의 친언니라며 ‘ 1년 전 오늘이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언니는 “이 글을 작성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면서 “도저히 이 상태로는 참을 수가 없어 목숨 걸고 용기 냈다”고 글을 써 내려갔다. 내용은 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 헐떡이는 호흡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동생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처참한 심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언니는 또 “불길한 예감에 사건 당일까지 경찰과 가해자 부모께 연락을 드려 도움을 청하는 등 노력했다”면서 “도움을 받아야 할 분들께 충분히 요청했음에도 보호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할까요”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출소 후 앙심을 품고 또다시 보복성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를까 봐 벌써부터 두렵고 무섭다”면서 “더 이상 똑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앞서 피해 여성 B씨도 2심 선고 이후 JT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언니랑 법정 안에서 엉엉 울었다”면서 “(가해자는) 15년을 살고 나와도 50세가 채 안 될 정도로 건장하다. 너무 무섭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이민을 가야 하나 그런 고민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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