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209m짜리 건물이 도시 경관 망쳤다” 신축 건물 높이, 37m 미만으로 제한

프랑스 수도 파리는 도시 계획 관점에서 무척 신기한 도시입니다. 1853~1870년 도시 대개조 때 책임자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이 중세 이미지가 강했던 이류(二流) 도시 파리를 싹 바꿨죠. 파리 중심부부터 외곽, 도로와 대로, 건물 방향, 공원·도로와 배수 시설까지 하나의 양식으로 정리했습니다. 6층 규모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반듯하고 넓은 거리가 만드는 파리 풍경은 100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시내에 마천루가 거의 없어서 ‘수평선의 도시’라고 불리죠. 여기에 대한 파리 시민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209m짜리 건물이 도시 경관 망쳤다” 신축 건물 높이, 37m 미만으로 제한

‘투르트라이앵글(tour Triangle)’이 들어섰을 때 예상도. /투르 트라이앵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는 거대한 철골 건물이 세워졌어요. 순수 높이만 300m로 당시 인간이 세운 건조물 중 세상에서 제일 높았던 에펠탑입니다. 당시 에펠탑은 혐오 대상이었어요. 엑스포가 끝나고 없애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안테나를 설치해 송신탑으로 살아남았어요.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 1층 식당을 자주 찾은 이유로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죠.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에펠탑의 수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파리에도 변화의 조짐이 찾아왔어요. 1960년대부터 현대적 건물을 조금씩 높게 세웠죠. 그러다 1973년 프랑스 최고층 건물로 몽파르나스 타워(209m)를 완공하자 파리 시민의 분노가 폭발했어요. 거대한 콘크리트와 철제 블록 등 자재를 날것 느낌 그대로 살린 거무칙칙한 모습이 오밀조밀하고 조화로운 파리 경관을 제대로 망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죽하면 ‘제2의 몽파르나스’를 막으려고 1977년 신축 건물 높이를 37m 미만으로 제한하는 건축 규정까지 만들었을까요.

이후 수십 년 동안 파리 시내에는 신축 고층 건물이 전무했답니다. 대신 도시 서쪽 경계면 바로 건너편 지역을 비즈니스 특화 지구 ‘라 데팡스(La Defense)’로 개발해 마천루를 모두 밀어 넣었죠. 퍼스트 타워(231m), 헤클라 타워(220m), 마중가 타워(194m), 토탈 타워(187m) 등 프랑스에서 제일 높은 초고층 건물 5개 중 4개가 여기 있어요.

그러던 2010년 큰 변화가 찾아왔어요. 경제 침체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 건물은 180m, 주거용 건물은 50m까지 높이 제한을 완화했어요. 덕분에 2017년 파리법원통합청사(160m), 2021년 초고층 쌍둥이 건물 듀오 타워(180m)가 파리 북서부, 남동부 경계 안에 생겼습니다.

하지만 파리 시민에게 제대로 밉보인 건물이 있었으니, 2026년 준공 예정인 ‘투르 트라이앵글(tour Triangle)’입니다. 피라미드 단면을 자른 듯한 180m 높이 유리 건물은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2008년부터 시 당국의 지지를 얻었어요. 2014년 시의회 투표에서 부결됐다가 이듬해 겨우 건축 승인을 받았죠. 그 뒤로는 디자인이 시의회에서 계속 반려되며 재판에 휘말렸어요. 결국 13년 만인 2021년 착공했습니다. 올해 6월 파리시는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에 따라 건축법을 1977년 때로 돌려놨답니다. 결국 다시 파리 시내에서 37m 이상의 건물 신축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어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