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시집온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차례상 차리는 법 배우기‘를 마치고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문화 혼인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같은 조사를 뒷받침하듯 결혼 적령기 남성 다수가 국제결혼에 ‘긍정’을 드러냈다.
과거 장가 못 간 노총각이 동남아시아 여성과 결혼했다면 최근에는 30대 젊은 남성들도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는다.
한국 여성과의 만남이 어렵다 보니 국제결혼을 고민하는 거로 보인다.
특히 “남성은 결혼시 집을 장만해야 한다” 등 경제적 압박이 크다. 여기에 더해 최근 지인 소개로 소개팅한 여성이 상대 남성의 연봉에 크게 분노하며 그의 소득 수준을 묻는 질문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인 소개로 40대 남성을 만난 A씨는 남성과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가장 궁금했던 월급을 물었다. 이에 상대가 “세후 실수령으로 370만원 정도 받는다”고 답하자 A씨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한다. 남성의 소득이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A씨는 “남자가 ‘이거’(월급 370만원) 가지고 여자를 만나러 나왔다는 게 어처구니없다”며 “남자 (소득의) 중하위는 되나. 만남을 더 이어갈 뜻이 없었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후 실수령액이 370만원인 경우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5300만원이다.
2021년 기준 직장인(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원으로, 소개 받은 남성의 경우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렸지만 맞선도 아닌 소개팅에서조차 ‘불쾌한 대상’이 된 것이다.
이같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13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결혼 의향이 있는 2539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국제결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과반 이상은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조사를 보면 ‘국제결혼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남성 60%가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의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은 ‘긍정’ 52.4%, ‘보통’ 33.2%로 남성이 여성보다 국제결혼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제결혼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는 ‘사랑하는 마음’(57.8%,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언어 및 의사소통’(52%), ‘문화적 차이’(43%), ‘경제적 문제’(38.8%), ‘결혼 후 거주지’(22.8%), ‘가족의 인정’(16.4%), ‘배우자의 국적’(13%), ‘배우자의 외적 조건’(12.8%), ‘가정환경’(12%), ‘종교’(8%) 등의 답이 이어졌다.
남성들이 고민하는 ‘경제적 문제’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지만 다소 낮아진 걸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국제결혼의 제일 좋은 점으로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견해가 넓어진다’(33.8%), ‘아이가 2개 이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29.4%), ‘다문화 가정 혜택을 누릴 수 있다’(11.8%), ‘배우자의 모국어를 배울 수 있다’(9.8%)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국제결혼의 단점으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37.4%)가 꼽혔다. ‘타향살이로 인해 본인 혹은 배우자가 외로울 수 있다’(23%), ‘의사소통이 안 돼 답답할 수 있다’(22.2%), ‘아이가 차별받을 수 있다’(14.4%)는 응답도 있었다.
(이 조사는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지난 1월 19일부터 1월 24일까지 결혼 의향이 있는 25세~39세 미혼남녀 총 500명(남성 250명·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에 표준오차 ±4.38%p다)
한편 국내에서 결혼한 10쌍 중 약 1쌍은 다문화 부부가 차지하는 등 국제결혼을 택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다문화 혼인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비율이 가장 많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29일 공개한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1만7428건으로 전년보다 3502건(25.1%)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폭 증가로,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2%에서 지난해 9.1%로 상승했다.
다문화 혼인은 2017∼2019년 매년 증가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2020년, 2021년 각각 34.6%, 13.9% 감소하다가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유형별로 보면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와의 혼인은 66.8%,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과의 혼인은 20.0%를 차지했다. 귀화자와의 혼인은 13.2%로 뒤를 이었다.
다문화 혼인을 한 한국인 남편 연령은 45세 이상이 31.2%로 가장 많았고 30대 초반(19.3%), 30대 후반(17.1%) 순이었다.
부부간 연령차는 남편이 10세 이상 연상인 부부 비중이 35.0%로 가장 많지만, 과거와 달리 30대 젊은 남성들도 국제결혼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이 2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7.8%), 태국(11.1%) 순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국제결혼 한 한국 여성의 결혼 상대 국적으로 베트남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통계 이면에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여성이 이혼 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정황이 의심돼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베트남 남성 768명이 결혼 이민 제도를 통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359명), 중국(351명), 일본(127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숫자다.
베트남 남성의 결혼 이주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전달, 전전달, 전년 통계에서도 결혼 이주 남성 국적 랭킹 1위를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남성과 한국인 여성 간 결혼이 부자연스럽다거나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획득한 베트남 여성이 이혼해 혼자가 되고, 이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편법 루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베트남 남성 결혼 이주’의 실상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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