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9부 능선…업계 지각변동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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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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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발표한 후 최대 난제로 꼽혔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기업결합 심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대형 항공사(메가캐리어) 탄생에 따른 국내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합병의 선결 조건이었던 아시아나 화물 부문 매각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고, 합병이 마무리 된다고 해도 노선 및 슬롯의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등 ‘출혈’이 있었던 만큼 합병 이후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C, 조건부 승인 가능성…美, 추가 노선 반납 요구할 듯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9부 능선…업계 지각변동 코앞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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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C는 이달 14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부문을 매각하고 유럽 4개(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내놓기로 약속하면서 EC가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EC가) 14일까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서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일본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다만 JFTC는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며 관련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국적 LCC나 진입항공사(Remedy Taker)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슬롯을 일부 넘기기로 했다.

이달 중순 EC의 승인이 이뤄질 경우 대한한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전체 14개국 중 미국을 뺀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게 된다.

당초 미국은 상대적으로 심사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합병으로 시간을 끌었던 EU나 경쟁 제한 우려가 다른 노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JFTC가 대한항공에 노선 양도를 요구한 전례를 감안하면 미국 역시 여러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DOJ)가 다음 달부터 양사 합병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청문회를 갖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등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는 들어가지 않은 모양새다.

EC가 제기한 화물운송 독점 우려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방침으로 해소했지만 여객 노선 독점 문제는 여전하다. DOJ는 지난해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과 아시아나 원유석 대표,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 노선 13개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노선에서 독점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가 미주노선을 확대 중인 점을 감안하면 독점도가 낮아질 것이고 해당 노선 이용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어서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DOJ는 에어프레미아가 대항마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와 협업해 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변수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면 당초 아시아나와 공동운항하던 노선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며 유나이티드항공이 양사 결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역시 EU와 일본 등처럼 노선 반납을 포함한 추가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경우 세계 7위권의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6조원, 아시아나항공은 7조6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대한항공이 28조9977억원, 아시아나항공이 13조4553억원으로 양사 간 통합을 가정해 단순 합산하면 매출액이 23조원대, 총자산은 42조원을 웃돌게 된다. 양사 합병 선행절차인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이 모두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진행하는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0% 이상을 획득하고 대주주가 된다.

양사 3개 LCC 통합시 제주항공 제처…중·단거리 노선 경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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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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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통합하더라도 물리적인 통합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21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를 인수한 후 바로 합병하지 않고 2년 정도 통합 준비 기간을 가진 후 단일 브랜드 작업을 거쳐 물리적인 통합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양사의 통합은 메가캐리어의 탄생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모회사 통합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통합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진에어(27대)와 에어부산(22대), 에어서울(7대)의 기재수를 합치면 55대로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42대)을 넘어선다. 업계 2위인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확장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단거리 노선 왕좌를 두고 제주항공과 통합 LCC 간의 경쟁이 예상된다.

장거리 노선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라는 LCC 약진이 주목된다. 대한항공이 EC에 약속한 유럽 4개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4년도 국적항공사 항공기 도입 계획’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올해 5대 항공기를 임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항공기는 물론 조종사도 파견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에 대한 운항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노선을 국적사가 아닌 외항사로 넘길 경우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선을 반납할 필요가 있지만, 외항사로 넘겼을때 나올 비판이 부담스러운 대한항공과 이 노선을 필요로 하는 티웨이항공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등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프레미아는 2022년 10월 미주 취항을 시작해 현재 LA와 뉴욕, 하와이를 취항하고 있고,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 첫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4개 노선은 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결합 시 독과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노선 5개 중 4개다. 에어프레미아도 올해 항공기 4대를 빌릴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다만 티웨이항공과 달리 기재는 빌리되 조종사는 직접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 화물 인수 후보자들, 매각가 부담…항공수요는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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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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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캐리어 탄생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주요 변수는 남아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 불발되면 EC는 조건부 합병 승인을 철회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가격은 5천억원에서 7천억원, 인수시 떠안아야 하는 부채는 약 1조원으로 1조5천억원의 가용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고용승계 및 유지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만큼 인수자가 이런 조건도 떠안아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가의 IT기기나 의약품 등의 항공 화물 수요가 줄어든 것도 인수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다만 최근 항공 화물 수요는 개선이다. 지난해 4분기 항공화물운임은 전분기 대비 16.2% 상승하며 6개 분기 만에 반등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국내 LCC 등은 인수가격을 2천억~3천억원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합병과정에서 대규모 슬롯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합병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헐값에 매각할 경우 그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장애물들을 모두 극복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마무리 된다면 메가캐리어로 거듭나게 된다.

다만 합병이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양사 합병을 전제로 한진칼(대한항공 지주사) 지분 10.5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매각에 나설 경우 대한항공에서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지난해 6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산업은행 역시 무리하게 양사 합병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대한항공이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윤문길 교수는 “합병 승인을 위해 상당한 노선과 슬롯을 반납했기 때문에 합병 절차가 마무리 되더라도 수요와 경쟁력을 어떻게 성장시킬것인가, 두 개의 조직을 어떻게 잘 합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 인가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대한항공이 맞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세종대 경영학부 황용식 교수도 “대한항공이 슬롯과 노선 반납과 화물 매각 등의 단기적인 손실 감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것은 중장기적으로 1국가1국적기, 독보적인 메가 캐리어로 발돋움한 이후 얻게 되는 과실을 목적으로 뒀기 때문일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구조를 주도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합병이 마무리되더라도 첫 발을 떼는 수준이기 때문에 목표로 했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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