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받은 조카 “이거 가지고 뭐해?”…화난 이모는 세뱃돈 도로 뺏었다

설 연휴를 두고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를 배우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매년 설 명절 때마다 세뱃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줘야 하는지가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계속되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에 세뱃돈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세뱃돈을 받은 초등학생 조카가 액수가 적다며 투덜거려 결국 세뱃돈을 회수했다는 한 네티즌이 사연이 전해져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지난 9일 네티즌 A씨는 한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설날을 맞아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준비했다가 얼굴을 붉힌 사연을 전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5세 조카를 위해 각각 3만원, 2만원, 1만원을 예쁜 봉투에 담아 작은 손편지와 함께 준비했다며 “솔직히 저 나이때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 줘야될지 잘 몰랐다”고 했다.

세배를 받은 A씨는 미리 준비한 봉투에 조카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봉투를 열어본 5학년 조카가 “와 이거 가지고 뭐하냐”라고 말하며 3학년짜리 동생의 봉투를 열어봤다. 이후 초등학생 조카들은 5세짜리 동생 세뱃돈을 열어보고는 “쟤는 물건 사는 것도 모르는데 왜 1만원이나 주냐”며 구시렁거렸다고 한다.

조카들의 불평을 듣고 화가난 A씨는 “너 방금 이모한테 새해 복 많이받으라고 하지 않았냐. 태도가 그게 뭐냐”며 나무랐다. 이 모습을 본 A씨 아버지와 형부도 아이들을 혼냈지만, 조카들 엄마인 A씨 언니는 “아직 애인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아이들을 감쌌다고 한다.

결국 화가난 A씨는 초등생 조카들에게 준 세뱃돈을 모두 회수했다. 그는 “4시간 전 일인데도 화난다”고 했다.

이 글을 본 다수의 네티즌들은 “세뱃돈 회수 잘하셨고, 앞으로도 주지마라” “고마운줄 모르면 줄 필요가 없다” “이래서 세뱃돈 문화 없어져야 된다” “아이들이 가정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초등학생도 2~3만원은 너무 적다”는 식의 반응도 많았다. 물가가 올라 5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원하는 세뱃돈과 어른이 생각하는 세뱃돈 적정 액수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EBS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677명중 21.3%가 세뱃돈으로 5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어 3만원(20.1%), 1만원(19.5%), 2만원(18.0%), 10만원(6.6%) 순이었다.

반면 어른 461명 중 43.0%가 적정 세뱃돈으로 1만원을 택했으며 3만원(20.0%), 2만원(14.5%), 5만원(11.7%), 5000원(3.5%) 순이었다.

이 같은 세뱃돈 동상이몽과 관련해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최근 YTN을 통해 “요즘에는 워낙 물가도 비싸고 또 돈의 가치가 없어지다 보니까 만원짜리 한 장 주면 초등학생들도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세뱃돈은 감사의 뜻, 그리고 격려의 뜻이기 때문에 형편에 맞게 준비하고 깨끗한 봉투에 곱게 글씨를 써서 주면 그게 정성이다. 액수와는 상관없다”고 했다.

아울러 세뱃돈 문화는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1925년 해동죽지라는 책에서 ‘세뱃값’이라는 표현이 처음 언급됐다며 “과거에 우리 세배 문화는 과일을 주거나 물건을 주거나 이런 형태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