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대출 대거 적발되나" 은행, 298조 상업용부동산대출 조사...'내부통제 시스템 실패' 관건

지난 3월 1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4.3.17 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4.3.17 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은행들이 담보가치를 부풀려 적정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내준 사례가 없었는지 내부 감사를 통한 표본 조사에 나선다. 특히 상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줄 때 제대로 감정평가를 했는지, 내부통제 절차가 지켜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은행들이 오는 5월 말까지 감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은행과 감정평가법인이 부동산 활황기 담보가액을 높여 잡아 배임사고가 대거 적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담보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실패’가 발견될 경우 임원 제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 부동산 담보대출 내부감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1·4분기 내부감사 과제로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내부통제 적정성을 전격 조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출 시 부동산 담보가액을 적정하게 산정했는지 △부동산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했는지 △담보평가 유효기간이 지켜졌는지 △권리보증 상태 변화에 따른 대출 회수에 문제가 없는지 △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졌는지 등을 점검한다.

아울러 소호·중소법인 담보대출 취급 건에 대한 표본(샘플링) 검사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 △중소법인 상대 부동산 담보대출 △지식산업센터 및 토지 등 외부감정평가가 이뤄진 대출에 대해 표본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고들과 관련해 대출 부당취급이 우려되는 대상으로 중점으로 표본 검사를 요청받았다”라며 “5월 31일까지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표본 조사와 제도 적정성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감원이 ‘내부감사협의제’를 통해 은행들에 내부 감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내부감사협의제는 금감원의 정기·수사 검사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피감 금융회사와 금감원이 분기별로 감사 테마를 협의하고 금융회사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본다. 담보대출 건수가 방대한 데다 금감원 검사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들은 다음 달까지 담보대출 내부 감사를 실시해 금감원에 결과를 제출키로 했다.

■銀 내부통제 시스템 실패 ‘관건’

내부 감사 과정에서 담보가액 과다산정 유형의 금융사고가 대거 적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담당 직원 개인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 임원 또한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소호대출과 중소법인 대상 부동산 담보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이 느슨해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임원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아파트나 주택과 달리 지식산업센터, 신축 상가의 경우 담보가치 산정에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한 시중은행은 담보사정가격과 은행의 권리금액을 비율대로 나눠서 계산한 후 작은 쪽을 ‘담보가액’을 설정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은 한국부동산원 등의 정보를 활용해 추정가액을 조사한 후 인근 건물에 대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와 비교해 담보가액을 계산한다. 은행마다 담보가액 산정 기준이 조금씩 다른 데다, 새로 개발된 부지의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없어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담보가액을 산정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심사에서 회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해 보수적으로 담보가액을 산정한다는 입장이나, 최근의 금융사고를 볼 때 영업점 실적 경쟁 등으로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 활황기에 은행과 외부감정평가법인 사업성을 높여 잡아 부동산 담보가액이 과다 산정했을 개연성도 있다.

상업용부동산 초과 공급, 경기회복 지연, 금리부담 등 리스크가 있는 만큼 금융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말 298조원으로 2017년말(175조원) 대비 70.6% 증가했다. 상업용부동산의 단위면적(㎡)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9년 1·4분기 약 471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중 621만원까지 상승하다 같은 해 하반기 들어 큰 폭 조정됐다. 거래량 또한 지난해 3·4분기 중 5만8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과당대출 사고…자체조사 필요성↑

최근 시중은행들의 과잉대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자체 조사 필요성이 커졌다.

KB국민은행 경기 용인의 한 지점에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더 높이 설정해 적정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사고가 발생해 전날 국민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됐다. 직원이 동탄 소재 상가 분양자들에게 272억6501만원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RTI를 실제보다 높게 산정하고 대출금을 과다하게 내준 것이다. RTI는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임대수익으로 얼마나 이자를 낼 수 있는지, 임대사업자의 상환능력을 산정하는 지표다. 주거용 부동산은 RTI가 1.25배 이상, 비주거용은 1.5배 이상이어야 하는데 직원이 RTI를 부풀려 상환능력 이상의 대출을 내준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민은행 경기 안양의 한 지점에서 직원이 지식산업센터 상가 가치를 부풀려서 적정 금액보다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사고가 있었다. 수년간 미분양인 상가가 분양가보다 싼 값에 팔렸는데 은행이 담보 가치를 산정할 때 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대출 한도를 높인 것이다. NH농협은행에선 매매계약서 상의 거래금액을 실제 거래금액보다 12억원 높여서 담보를 설정해 과당 대출을 내준 배임사고가 발생했다.

[email protected]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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