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그냥 한국에 주자”는 일본 학생들을 보며

“독도를 그냥 한국에 주자”는 일본 학생들을 보며

대한민국 최동단 영토 독도 전경. 일본은 독도(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청년 사이에선 독도에 무관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나는 일본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국제관계를 가르친다. 하루는 수업 중 영토 문제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한 번 물어봤다. “너희 ‘다케시마(竹島)’ 알지?” 나는 사실 바로 “예”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학생들 표정이 이상했다. 상당수 학생이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아니, ‘다케시마’ 몰라? 한국에서는 ‘독도’라고 하는데.” 질문을 바꿔봤다. “나는 ‘다케시마’라는 말을 오늘 여기서 처음 들어봤다. 손 들어봐라.” 30명 정도 되는 수강생 중 대략 10명이 손을 들었다. 놀랍게도 이들 중 일부는 ‘다케시마’가 섬이라는 것도 몰랐다.

나머지 20명은 그래도 ‘다케시마’가 섬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뿐. “다케시마가 일본의 동서남북 어느 쪽에 있지?” 물어보니 학생들이 내 눈길을 피한다. “북…쪽?” 어이가 없었다. 확인을 해보니 나머지 20명 중 10명은 다케시마라는 말을 들어봤고, 섬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동서남북 어느 쪽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머지 10명의 답변이었다. 이들은 다케시마의 위치도 알고, 한일 양국 간 이견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이 학생들을 상대로 해결책을 물어봤다. 첫째,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니 일본이 돌려받아야 한다. 둘째, 다케시마는 그냥 한국에 주는 것이 낫다. 셋째, 잘 모르겠다.

놀랍게도 절반 정도의 학생이 ‘한국에 주자’는 선택을 했다. 왜 이 작은 섬 때문에 한국과 계속 갈등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학생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를 골랐다. ‘한국으로부터 반환받아야 한다’를 선택한 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내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하는 데다, 비교적 해외 사정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들어온다. 그러니 이들이 독도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그들이 ‘예외적’ 일본인이기 때문은 아닐까?

아닌 것 같다. 그로부터 얼마 후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 외무성 관료와 식사를 하던 중 들었던 이야기가 나의 경험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는 현직 외교관 생활 중 짬을 내서 일본 대학생들에게 외교 정책을 강의하고 있었다. 강의 내용 중 영토 문제도 있어서 러시아와의 북방영토(北方領土) 문제, 중국과의 센카쿠(尖閣諸島) 문제와 아울러 ‘다케시마’ 문제도 다룬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유난히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 이슈들에 비해 무관심한 것은 물론, 다른 영토 문제들에 비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독도를 그냥 한국에 주자”는 일본 학생들을 보며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독도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도 관련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개최와 관련해

일본 젊은이들의 독도, 아니 ‘다케시마’에 대한 무관심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일본 내각부가 2022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케시마’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60대 이상에서 70%를 넘었지만, 30대에서는 52%, 18세에서 29세 일본인 중에서는 38%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놀라운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이후 단계적으로 초중고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여, 학생들에게 ‘다케시마’의 위치, 일본 영토인 이유, 현재 한국의 실효적 지배 아래 놓이게 된 경위 등을 가르치도록 했다. 이 학습지도요령 개정이 성공했다면, 현재 10대, 20대 일본인들은 그 위 세대보다 ‘다케시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新)학습지도요령은 실패한 것이다.

작년 말 국방부가 발간한 정신교육교재에 “독도는 분쟁 중”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맞다. ‘독도 관련 분쟁은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런 입장에 맞게 행동해 왔나? 일본 쪽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만 들려오면 여기저기서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튀어나와 “강력 대응해야 한다”느니, “대외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느니 주장을 내놓으면 거기에 맞장구를 치던 것은 누구인가?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홍보를 강화’하고, 독도 관련 ‘강력 대응’ 차원에서 일본인들과 치열한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외국인들이 보기에 독도는 분쟁 중인 걸까, 아닌 걸까?

이젠 우리도 독도 문제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할 때가 된 것 아닐까? 일본이 독도에 대해 무슨 주장을 내놨다고 해서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조용한 대응 내지 무대응으로 밀고 나가도 독도를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다. 갈수록 ‘다케시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일본인’ ‘다케시마를 한국에 주자는 일본인’은 점점 늘 테니.

내주 목요일이면 매년 그렇듯 일본 시마네현이 조례로 정한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시마네현은 줄기차게 기념식에 총리 내지 각료급이 참가해 달라고 중앙 정부에 요청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또 초선 의원급 정무관 한 명 파견하고 말 것이다. ‘다케시마의 날’ 문제로 우리가 항의하면 ‘한국이 항의했다’로 더 많은 기사를 쓰는 것이 일본 언론이다. 이번에야말로 ‘독도 관련 분쟁은 없다’는 우리 입장을 제대로 실행해 보면 어떨까? 오히려 우리가 대응 수위를 낮추면 시마네현 정부는 당황할지도 모른다. 독도 문제 관련 진정 강력한 대응은 ‘조용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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