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 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처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유혜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2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새마을금고가 나아가야할 미래모습으로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을 제시했다. 김예원 인턴기자
그저 눈앞의 위기만 넘기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으로 파고들어 노인과 청년, 저소득자를 돕는 포용금융 대표선수가 돼야 진짜 혁신이죠.
유혜미(47)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포용’을 새마을금고 혁신의 첫 번째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새마을금고 위기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8월 금고 경영혁신위원으로 선임돼 금고의 신뢰 회복 방안을 고민했다. 2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유 교수는 금고의 잘못에는 매섭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면서도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게 새마을금고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유 교수와 일문일답.
-왜 새마을금고의 미래가 포용금융에 있나.
“상부상조, 협동정신 등 새마을금고의 설립 취지에 가장 맞닿아 있는 역할이다. 모든 사람이 금융을 쉽게 이용하도록 돕는 게 포용금융의 핵심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소득자도 어디선가는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노인과 청년, 저소득층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 포용 금융은 세계적 흐름이다.”
-금고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는데 포용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새마을금고의 신뢰는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11월 경영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의미 있는 조치가 담겼다. 이 가운데 중앙회장의 연임 금지 등 주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새마을금고가 혁신안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김인 중앙회장이 혁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긍정적으로 본다. 혁신안에 담긴 29개 과제는 내부 직원들의 의견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다들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가 제도화하거나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셈이다. 조직원들의 바람을 수장이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니 좋게 해석할 만하다.”
-‘새마을금고가 금융기관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대출·투자를 제대로 평가할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2022년 주택가격 폭등기에 부동산 거품론이 고개를 들었다. 은행권이나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은 새로 나가는 대출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사에서 거절당한 대출이 새마을금고로 확 몰렸다. 그리고 불과 1년 사이 새마을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4%대에서 7%대로 급등했다. 부실 대출을 가려낼 노하우가 없어 위험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신협 등 금고와 성격이 비슷한 다른 기관보다도 위기에 취약했는데.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새마을금고만 행정안전부가 감독한다. 이 탓에 정보를 제때 공유받지 못하고 소외돼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혁신안에는 금고 감독위원회를 중앙회장 산하에서 중앙회 산하 독립기구로 바꾸고 행안부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가 함께 참여하는 검사 협의체 신설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감독 체계를 나름대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궁극적으로는 금고 관리감독 권한이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되는 게 맞다고 본다.”
-중앙회 외에 1,288개 지역 금고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 금고가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 금고별로 금융 전문성 등 수준이 천양지차다. 우선 금고를 이끄는 이사장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사장에 출마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금융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금고 간 인사교류도 필요하다. 평생 한 곳에만 있으니 발전이 더디다. 금고끼리 더 나은 서비스와 관행, 시스템을 공유해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경영 공시도 확대해야 한다. 대다수의 새마을금고 이용자들은 자신이 돈을 맡긴 금고의 이사장이 누구인지, 급여가 얼마인지조차 모른다. 금고의 사유화나 부실, 방만 운영을 막기 위해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하다.”
-새마을금고 새 지도부에 한마디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혁신안을 제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큰 중앙회장 권한을 줄이고, 중앙회나 각 지역 금고를 검사하는 감독기구가 회장 등 수뇌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혁신안이 제대로 이행되면 새마을금고는 분명 훌륭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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