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사실상 경질, “도대체 왜” 팬들 분노, 극에 달했다

클린스만 사실상 경질, “도대체 왜” 팬들 분노, 극에 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난 7일 아시안컵 4강전에서 패한 뒤 요르단 후세인 아무타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51)은 ‘골든 서클’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다. 골자는 Why→How→What 순으로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다. Why는 목적, 신념, 존재 의미에 대한 것이다. How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준과 방법을 의미한다. What은 행동의 결과물, 즉 성과다. Why는 느낌, 감성의 영역인 반면, how와 what으로 갈수록 이성적 영역에 가깝다. 특별히 내게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A라는 사람이 그냥 싫다면 감성의 영역에서 A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A에 대해서 아무리 좋게 설명한들 소용이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how, what보다는 why, 즉 감성적인 영역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속상한데 왜 자꾸 웃는 거야.”

“왜 국내에 머물지 않는 거야.”

“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거야.”

“왜 알바를 그렇게 많이 하는 거야.”

“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라만 보는 거야.”

“왜 자기 근무방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거야.”

이런 불만들은 모두 감성적인 영역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감성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how) 식으로, 무엇(what)을 하든 신뢰하지 못하고 거부하게 된다. “사람이 싫으면 목소리도 듣기 싫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말 모두 감성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상대가 어떤 걸 어떻게 하든 그냥 싫다는 의미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팬들의 느낌도 비슷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7일 아시안컵 요르단전에 패한 뒤 웃으며 상대 감독과 대화했다. 경기에서 패해 선수들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클린스만 얼굴에는 미소가 자주 드리워졌다. 인천공항에서 열린 입국 인터뷰에서도 그는 “4강이면 실패한 게 아니다”며 공감 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그는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이다. 16강전이나 8강전 승리 땐 많은 분이 행복했을 것”이라도 덧붙였다. 자기가 책임지는 팀이 아니라 마치 남의 팀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부임 이후 잦은 해외 일정으로 비판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출장을 비롯한 여러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내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부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엿을 던졌고 “이게 축구야”, “집에 가”, “Go home”, “idiot(바보)” 등을 외쳤다. 클린스만을 이성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미워하는 표현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을 분석하겠다고 말해놓고는 이틀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국 팬들은 ‘자신만 즐거운 감독 생활’을 하는 ‘고액의 알바 감독’에 농락당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사실상 경질, “도대체 왜” 팬들 분노, 극에 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난 8일 웃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how에서도 딱히 보여준 게 없다. 기존 대표 선수들만 기용할 뿐 새로운 선수를 적극적으로 찾지도 않았고, 기용하지도 않았다. 비슷한 베스트멤버를 늘 선발로 내세워 상대에게 쉽게 전력을 간파당했다. 큰 대회를 준비하는 전략적 접근도 못했다. What, 즉 성과에서도 별로 인상적인 게 없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1승2무로 부진했다. 마지막 말레이시아전에서 전략적 선수 기용도 하지 않아 토너먼트 승부에서 주전들의 체력저하, 백업들의 부진을 절감했다. 16강전에서도 인저리 타임 동점골로 가까스로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고 8강전 호주전에서는 체력 방전, 휴식 부족에 시달리는 선수들의 투혼 덕분에 4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 이어 4강전에서 요르단과 다시 만났지만 클린스만이 보여준 승부수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요르단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아무런 묘수도 내놓지 못한 채 유효슈팅 0, 0-2로 완패했다. 선수들 간 몸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균열음이 생겼지만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입국부터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계속 반복하면서 ‘근거없는 자신감’도 연이어 피력했지만, 결과는 희망없는 4강에 머물렀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은 4년 전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쳤다. 그래도 지금보다 비판의 수위는 높지 않았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은 그보다 좋은 4강까지 올랐다. 그런데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그건 클린스만이 지난 1년간 보인 대표팀에 집중하지 못하는 불성실한 근무 태도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도대체 왜”라고 묻는 팬들의 불만이 폭증했고 그게 결국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잃게 만들었다. 그게 클린스만을 경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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