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33년만의 본토 피격’에 발칵…이란 ‘방어적 조치’ 외교전
바이든, 네타냐후에 ‘반격에 반대…신중해야’ 압박
중동도 ‘확전 불씨’ 차단…사우디 왕세자, 이라크와 확전 방지 논의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중동지역 전운이 고조되자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추가로 벌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습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동 주요 국가들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이스라엘군 등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밤부터 다음 날 새벽에 걸쳐 약 300기의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감행했다.
이는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살해한 데 대한 무력 보복이다. 양국의 직접 충돌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이다.
◇ 재보복 벼르는 이스라엘…시기·방법 저울질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대부분을 방어해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자국 본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스라엘이 본토를 공격받은 것은 1991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스커드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침공해 걸프 전쟁을 일으키면서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아보냈다.
이번 공격에 즉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공습 초기부터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오후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도 상당수 각료가 보복 공격에 일단은 찬성했다.
다만 대응 시기와 강도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려 네타냐후 총리는 조만간 전시내각 회의를 다시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당시 회의 상황을 잘 아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시기와 방법은 불확실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간츠 대표도 14일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
◇ 바이든 ‘미국은 반격에 반대…신중해야’ 이스라엘 제동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은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할 경우 양국이 계속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더 큰 규모의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성명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번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 발표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와 한 통화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CNN방송 등이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게 긴장 고조 위험성에 대해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14일 NBC, ABC 등 방송에 출연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그들에 달렸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중동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동지역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조율에도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중동 국가 외교장관들과 연쇄 전화 협의를 갖고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등과 각각 통화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지만 사태의 악화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이날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방어할 것이며, 동시에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이란도 전방위 외교 총력전…중동 주요국 물밑 접촉
이란도 이스라엘 공습 다음날인 14일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외교 수장들과 잇따라 정세를 논의했다.
이란은 공격의 빌미를 이스라엘이 제공했다고 강조하며 국제무대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외교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군사대응이 예상됐다며 이란이 작전을 종결한 것으로 본다는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국가안보회의 소집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동 주요국들도 확전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통화해 역내 분쟁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긴장 고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주요 7개국(G7·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규탄하는 동시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이날 영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이 “통제할 수 없는, 지역의 긴장 고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는 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이어 “우리는 이란과 그 대리자들에게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들에 대응한 후속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확전 자제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회의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면서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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