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尹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심상찮아
소통 절실한데 대통령 메시지 관리 문제 많아
野, 개헌 전제로 대통령 임기 단축 추진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19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여론조사(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2.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여러 측면에서 흥미롭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23%를 기록했다.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조사가 또 있다. 4월 18일 발표된 전국 지표 조사 NBS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여기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1%포인트 추락했다.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은 27%다. 두 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이 일단 소통하려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4월 16일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먼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부분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당연히 국정 방향을 ‘올바르다’고 생각할 테다. 그러나 국정 방향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올바르다’고 하기 어렵다. 총선 패배에 대해 반성하는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비판이 일었기 때문일까. 대통령 모두발언이 알려지고 몇 시간 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는 대통령의 언급을 전했다. ‘비공개 사과’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발언이 자꾸 바뀌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감소시킨다. 더구나 이런 식의 ‘발언 전환’이 처음이 아니다. 4월 11일 대통령은 무려 50분에 걸쳐 의대 정원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요지는 ‘왜 2000명 증원이 필요한가’였다. 국민이 바란 대통령의 언급은 ‘불안 해소’였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의료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테니 일단은 정부를 믿어달라는 식의 언급을 기대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는 자신들과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의사들 주장이 틀렸음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뿐인가. 대통령 담화가 있은 직후 정부는 의대 증원 숫자에 연연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말이 또 바뀐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안을 보면,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분명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모든 언급은 ‘최종적’이어야 한다. ‘최종적’이어야 할 대통령 언급이 자꾸 바뀌니 문제다. 내용도 문제다. 대통령 발언은 국민이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통령 입장만을 전달하려고 한다면, 이를 ‘소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종합해 보면,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 이 같은 ‘개념의 왜곡’이 존재하는 한, 인적 쇄신 혹은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국정 분위기를 반전하려 한다고 해도 큰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야권으로부터의 ‘임기 단축’ 요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야권 일각에서 말하는 ‘탄핵’은 문자 그대로 정치 공세일 뿐이다. 탄핵이 인용될 만큼의 큰 잘못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임기 단축’ 주장은 성격이 다르다. ‘임기 단축’ 주장은 개헌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은 4월 12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개혁신당은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중임제 개헌, 거기에 덧붙여 결선투표제의 어떤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넣었다”면서, “어쨌든 4년 중임제 개헌을 한다면 특정 대통령 임기 단축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의석이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이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주장은 민주당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은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이유는 이렇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다양하지만, 그중 사안이 비교적 단순한 두 개의 사건은 조만간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정적인 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측은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고 노력하겠지만, 민주당 뜻대로 재판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때, 리스크의 최소화를 위해 대선을 앞당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민주당 측은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개혁신당이 개헌 카드를 들고나오면,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8명 이상의 ‘호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헌의 실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대통령 임기보다 국회의원 임기가 더 길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국민의힘 의원들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소통 행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도 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갤럽 조사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24%를 얻었다.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오른 수치다. 총선 결과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텐데,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밖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유권자 상당수가 민주당을 좋아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여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야당을 찍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결국 민주당이, “국민이 우리를 선택했다” 혹은 “총선 민의”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중심적 주장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독주할 경우, 그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힘자랑’이 아니라 ‘겸손과 성찰’이다. 결국 야당과 대통령 모두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 탓이오’가 빠진 정치는 국민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이번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여당이나, 자신들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듯이 행동하며 여권 탓만 하는 야당이나, 모두 ‘거기서 거기’다. 자기중심적 상황 해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안겨줘야 하지 않냐는 푸념이 나오는 요즘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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