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비난보다 격려를…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비난보다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황 감독은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선수단과 함께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고 미안하다”라며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U-23 대표팀은 26일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는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데 1~3위 팀이 직행권을 따고, 4위 팀은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통해 파리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고, 연속 출전 기록도 ‘9회’에서 마감하게 됐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 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사령탑의 운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하게 돼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없다”라며 “이런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황 감독은 이달 말로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이 끝나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음은 황선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어두운 표정의 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
— 대회를 마친 소감은.
▲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미안하게 생각한다. 8강 탈락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저에게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선수들 앞으로도 많이 성장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해준 만큼 비난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 이번 대회에서 가장 부족했던 점은.
▲ 핑계 같지만 연령별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만 한다. 2년 정도 팀을 이끌면서 느낀 점은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면 다른 나라들과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생각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에 패한 요인을 분석한다면.
▲ 중앙 수비 쪽에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포백(4-back)에서 스리백(3-back)으로 전환했다. 현재 자원으로는 스리백이 가장 좋겠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렇다고 수비만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중원에서 압박을 가하려고 했는데 원활치 않았다. 전적으로 제가 내린 판단이지만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했는데 부상과 퇴장 등 여러 변수 때문에 원활치 않았다.
— 연령별 대표팀이 시스템 문제에 관해서 설명한다면.
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 귀국 인터뷰
▲ 장기적인 플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의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곧바로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올림픽 준비 기간이 몇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구조로는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하기 어려운 만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 A대표팀 감독을 잠시 겸직한 게 악영향을 줬나.
▲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마음이 아주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 주요 해외파 선수들이 차출되지 못했는데.
▲ 제가 직접 구단을 방문해 차출을 약속받았지만, 소속팀들이 시즌 막바지에 순위 싸움이 격화되면서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다. 일부에서는 대체 선수로 중앙 수비수를 뽑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 국내에서 중앙 수비수로 뽑을 만한 선수가 없다. 그래서 기존 선수를 중앙 수비로 돌리고 미드필더를 보강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국하는 U-23 축구대표팀
— A대표팀 사령탑 후보 명단에도 들어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일단은 많이 지쳐 있다. 조금 쉬고 싶다.
— 인도네시아전에서 공격수 이영준을 교체로 투입한 이유는.
▲ 선수 출전 관련 내용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선수 한 명을 놓고도 밤새워 논의해서 결정하고, 그런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영준은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나고 스포츠 탈장 증세가 있었다. 그런 증상은 너무 많이 뛰었을 때 나온다. 이영준이 K리그1에서 출전 시간이 적다 보니 한 경기에서 60분 이상 소화하면 또 다른 부상이 생길 수 있다. 이영준은 65분 정도 뛰는 게 최대치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 투입하는 게 나은지 판단해야 하는데, 후반에 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 카타르 현지에서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A대표팀 사령탑 면접을 봤다는 소문도 있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음 일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는 그런 건 안 한다. 그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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