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아, 띄우자" 딱 하나 주문했는데 KBO 새 역사, 이범호 감독은 어떻게 '거포' 3루수를 만들었나

“도영아, 띄우자” 딱 하나 주문했는데 KBO 새 역사, 이범호 감독은 어떻게 ‘거포’ 3루수를 만들었나

“(김)도영아, 띄우자.”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릴 정도로 빠른 발을 가졌다. 하지만 이범호(43) 감독은 김도영(21·이상 KIA 타이거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입단하자마자 알아채고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딱 하나만 주문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1년 뒤 KBO 리그 새 역사를 만들었다.

어린 시절 김도영은 과거 KIA에서 활약했던 김주찬(43) 현 롯데 자이언츠 1군 타격코치를 그렇게 좋아했다. 광주동성중 시절 자신의 등번호를 16번을 달았던 것도 다 김주찬 코치를 동경해서였다. 16번은 김주찬 코치가 2013년부터 2020년 은퇴할 때까지 KIA에서 썼던 등번호다. 김주찬 코치는 2010년 롯데 시절 한 시즌 65도루를 포함해 통산 타율 0.300, 138홈런 388도루로 달리는 데 조금 더 능했던 호타준족이었다.

사실 아직도 좋아한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41홈런 73도루로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27·애틀랜타 브레이브스)보다 김주찬 코치의 전성기 시절 영상을 더 찾아본다. 또한 김도영이 사상 첫 월간 10홈런-10도루란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난 중장거리 타자다. 지금의 홈런은 운이 좋아질 뿐이다. 난 홈런 욕심은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4일 경기를 앞두고는 팬심 고백을 했다. 김도영은 “아쿠냐의 영상도 지난해 정말 많이 봤지만, 그보다 어릴 때부터 김주찬 선배를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봤다. 그래서 프로 와서 안 좋을 때도 김주찬 선배의 영상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억에 김주찬 선배가 2017년에 초반에 굉장히 안 좋으셨다가 나중엔 잘 치셨다. 그때 김주찬 선배의 하이라이트를 많이 보고 위안받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뛰는 야구를 통해 재미를 느꼈다. 김주찬 선배를 정말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김도영은 자신을 안타를 치고 도루를 통해 득점하는 선수라고 정의했다. 탈고교급 타구 스피드를 갖췄음에도 그의 고교 통산 홈런이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타격코치 시절 KIA 이범호 감독은 5툴 플레이어(장타력, 콘택트, 스피드, 수비, 송구 능력을 갖춘 선수) 김도영의 다른 재능을 더 눈여겨봤다.

“도영아, 띄우자” 딱 하나 주문했는데 KBO 새 역사, 이범호 감독은 어떻게 ‘거포’ 3루수를 만들었나 이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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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SSG전서 만난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는 실제 경기에서 나오는 타구 스피드 자체가 나성범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공만 띄울 수 있다. 그래서 도영이가 KIA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홈런 20~30개는 충분히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도루하는 김도영보다 홈런 치는 김도영이 KIA와 한국야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범호 감독은 “도영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스스로 안타 치고 도루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나는 반대로 타구 속도가 빠르니까 홈런도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라 생각했고 웬만하면 타구를 조금 띄우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도루는 어느 정도 개수만 딱 정해놓고 뛰고 (줄이는 만큼) 장타를 칠 수 있으면 팀에게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루를 너무 많이 해도 부상을 입을 수 있는 확률이 높으니까 도루적인 면에서는 (재능을) 조금 아끼더라도 다른 면에서 조금 더 올리면 팀에게도 훨씬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어느 팀이나 타점과 홈런을 더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정(37·SSG)처럼 장타를 치면서도 도루를 하는 김도영이라면 훨씬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만큼 재능이 역대급이었다. 이 감독이 말한 나성범급 타구 스피드는 23일 고척 키움전 홈런으로 증명됐다. 김도영은 1회 초 2사에서 하영민을 상대로 고척돔 외벽을 직격하는 홈런을 때려냈다. 키움 구단에 따르면 타구 속도 시속 176㎞, 발사각 37.9도, 비거리 130m 초대형 홈런이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타격코치 시절부터 이 감독이 꾸준히 김도영에게 ‘턴 동작’을 바꾸도록 요구한 결과물이었다. 24일 만난 이 감독은 “(김)도영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왔을 때부터 타구에 힘 싣는 느낌도 달랐고 힘을 쓰는 방법도 달랐다. 그래서 캠프 때부터 멀리 치고 띄워 쳐도 아무 말 안 할 테니 멀리 치라고 했다. 그렇게 타이밍이나 밸런스를 찾아가면서 자기가 홈런도 칠 수 있고 장타 치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니까 자신감이 확실히 생긴 거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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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턴 동작이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이 감독은 한·일 통산 626홈런의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발사각을 높인다기보다 턴 동작 자체에 변화를 주는 연습을 캠프 때부터 많이 했다. 타자들에게 허리를 잘 돌려야 한다고 많이 말한다. 이게 턴만 잘 되면 (고점에서 공이 맞는 순간까지) 스윙 자체가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김)도영이는 발 자체가 50도밖에 안 돌아갔다. 지금은 스윙할 때 보면 90도를 다 돌린다. 과거에 90도 다 돌리는 타자들이 옛날에 이승엽 감독님이 한창 현역 때 스윙을 보면 항상 (스윙이 돌았을 때) 뒷발의 각도가 90도로 돼 있었다. 스윙을 완벽하게 하려면 뒷발이 90도로 돌면서 지탱해야 스윙 자체가 끝까지 이어진다. 발 자체가 반밖에 안 돌면 스윙도 75%밖에 안 나온다. 도영이에게 스프링캠프 때부터 계속해서 턴하는 동작을 연습시키니까 스윙을 끝까지 하게 되면서 공이 뜨고 좋아졌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가르친 지 1년 만에 그 방법을 완전히 터득한 모양새다. 김도영은 25일 고척 키움전서 5회 초 김선기를 상대로 비거리 130m의 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개인 커리어 첫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한 김도영은 42년 KBO 리그 역사에서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여전히 뛰는 야구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홈런은 전혀 의식이 안 된다. 난 오히려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홈런보다 도루에 욕심이 크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야구가 더 좋다. 그렇게 뛰면서 경기장 분위기도 열광시키고 약간 그런 야구가 나에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홈런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만, 나는 뛰는 걸로 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둘 다 하면 최고인데 체력이 못 받쳐줄 거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현재로선 선수의 바람과 감독의 희망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날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에 성공한 김도영은 시즌 타율 0.333(111타수 37안타) 10홈런 24타점 26득점 11도루, 출루율 0.382 장타율 0.676 OPS 1.058로 리그 득점 2위, 안타 7위, 홈런 공동 2위, 타점 3위, 도루 3위, 타율 11위, 장타율 2위, OPS 2위 등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다.

144경기 기준 53홈런-59도루 페이스. ‘제2의 이종범’이 될 것인가. 발 빠른 최정이 될 것인가. 김도영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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