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에 “K-직장인 애환 느껴졌다” “감정적 호소뿐”

민희진에 “k-직장인 애환 느껴졌다” “감정적 호소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직장에서 하고 싶던 말을 대신해주셨네요. 덕분에 화병 치료했습니다.”

지난 25일 하이브에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이 의외의 지점에서 반향을 낳고 있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시간20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방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사와 상의 하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입장문을 읽는 대신, 하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X발” “X저씨”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도 등장했다. 이 기자회견은 유튜브 등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 생중계돼 최소 수십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민 대표는 “모든 상황이 희대의 촌극 같다”고 표현하며, 직전 회사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수만 당시 프로듀서에게 “영특함을 인정받은” 사실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방시혁 당시 빅히트 대표가 먼저 입사를 제안한 일 등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뉴진스 멤버 영입 과정과 데뷔 준비 과정 등을 나열하면서 그를 둘러싼 소문과 의혹에 하나하나 반박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시도 증거로 내놓은 자료에 대해서는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매도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민 대표의 변호인들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초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민 대표에게 비판적이었던 여론이 변화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진실공방과 별개로 민 대표가 노골적으로 드러낸 울분이 직장 생활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비쳐지면서다.

민희진에 “k-직장인 애환 느껴졌다” “감정적 호소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 대표는 “나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개 같이 일했다” “나는 성취 때문에 (일에) 재미가 생기는 인간이다” “법인카드를 보면 야근 식대밖에 없다. 배민밖에 안 찍혔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회사에서 모략을 짜서 자신을 내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원으로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차갑게 대하고 나가라고 하는 건가” “민희진 보면서 어느 집단에서 나를 책임자라며 세워놓고 갑질했던 생각이 나서 피티에스디(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느꼈다”같은 반응이다.

민 대표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회사에 저 같은 사람이 없다. 윗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싫은 소리를 아무도 안 한다”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내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X저씨” 같은 말을 쏟아냈다. 직장 내 ‘아저씨 문화’에 반감을 갖고 있던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인기 있는 레이블을 이끄는 민 대표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맥락을 왜곡할 수 있는 부적절한 단어 선택, 본질에 벗어나 감정에 호소하는 행태가 또다른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굉장히 강한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태의 본질 파악을 더 어렵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 사안과 관련없이 새로운 반전 여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지만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하이브는 민 대표 기자 회견 하루 뒤인 26일 민 대표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이브는 보도자료에서 경영권 탈취가 농담, 사담이었다는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상대인 부대표는 공인회계사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와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인물”이라며 “회사의 재무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어도어의 핵심 경영진이 업무일지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고 적었다. 결코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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