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공천에서 대선패배 책임 묻겠다? 논란 될 것"

“1차 (공천)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책임있는 일을 해주기를 다시 한 번 부탁한다.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6일 1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던진 이 한 마디 말이 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기존의 친명-친문 계파갈등 구도에 더 긴장감이 흐르게 된 것은 물론, 친문이 아닌 비주류 그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7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위원장님이 대선 패배, 윤석열 정부 탄생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을 한 것에 화들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이 일이 이번 공천 관련 과정에서 벌어지게 되면 또 다른 논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현재 비명계로 분류되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당내 친문 주류와 청와대에 쓴소리를 했던 ‘조·금·박·해’ 4인방 중 하나였다. 그는 “당 지지자들로서는 지난 대선 패배가 정말 잊혀지지 않는 쓰라린 기억이고, 이 문제에 관련해서 누군가가 좀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하는 모습이 있어야 된다는 건 다 공감을 한다”면서도 “그런데 공천 과정에서 그 문제를 놓고 이걸 심사 대상이나 컷오프 기준으로 가져갈까 하는 문제는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사실 대선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려면 대선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저희가 백서 작업을 안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문계는 임 위원장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나 친명계 원외 정치인들은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 과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임 위원장의 말은 사실상 임·노 전 실장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게 친문 그룹 내부의 분위기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임 위원장 발언 직후 SNS에 쓴 글에서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0.73%의 패배는 우리 모두에게 아픈 일이었다. 우리 모두가 패배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은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은 그 아픔을 반복할 수 있(게 한)다”며 “모두 함께 서로의 상처를 끌어 안고 합심하자”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에서, 또 지지자들 중에 윤석열 정권의 탄생에 기여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정권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에 전 정권이 무슨 책임이 있다는 것은 좀 과한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박 전 수석은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의 선택 아니냐”며 “그렇기 때문에 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책임질 일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돌아봐야 될 일이지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그런 분위기들이 공천에 적용이 되려고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비판했다.

친명계에서는 ‘원론적 발언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0.73% 패배가 굉장히 뼈아프지 않았나. 거기에는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다만 정 의원은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본인 스스로 ‘내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어쨌든 또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측면에서 책임이 있다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특히 부동산 정책 또는 조국 사태 또는 일방적인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특정한 어떤 분들을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하려고 하면, 과거에 민주당의 주류적인 입장에 있었고 또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분들이 어쨌든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이런 의견도 굉장히 크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 본인은 이날자 인터뷰에서 “그분들(임종석·노영민)은 (윤석열 정권 탄생에) 그렇게 핵심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분들”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 분이 누가 될지는 설이 지난 뒤 열릴 공관위 회의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사실 우리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며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하고 다시 조국 신당도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희 총선에 오히려 플러스 효과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성호 의원의 언급처럼, 민주당 안팎에는 윤석열 정권 탄생, 즉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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