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사용을 우려하는 부모 단체가 생겼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달 초 ‘스마트폰 없는 유년기를 위한 부모연합(Parents United for a Smartphone-Free Childhood)’ 그룹이 왓츠앱에 생겼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학부모이자 데이지 그린웰과 클레어 레이놀즈는 2월 초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그룹을 만들었다. 각각 8살, 9살 아이를 가진 이들은 자녀의 스마트폰 소유와 과사용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토론하기 위해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다.
전 영국 총리 부인까지 “도움주고 싶어”…”사회적 분위기 바꿔야”
반응은 뜨거웠다. 불과 며칠 사이 2000명의 회원이 모였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폭발적 회원 증가 탓에 지역 지부를 50개 만들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스마트폰 없는 유년기를 위한 부모 연합이 며칠 새 유명해 지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의 부인 캐리 존슨도 인스타그램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댓글을 남겼다. 공동 설립자이자 심리학자인 레이놀즈는 “참여한 이들의 수에 완전히 압도당했다”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이 수백명씩 늘어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모임 설립자이며 기자인 그린웰은 “정신 건강을 해치고 중독되게 만드는 물건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나쁜 결정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사회 규범이 아직 이것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상황에서 홀로 반대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지는 것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8~11세 어린이의 절반 이상(55%)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다. 3~7세 어린이 역시 20%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그린웰은 “10대의 불안, 우울증, 자해의 증가와 스마트폰 확산은 연관이 있으며, 연구에 따르면 뇌 발달의 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 및 젊은 성인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인지 기능 손상 및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불안 및 우울증 증상의 발생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놀즈는 “누군가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순간 그 사람의 유년은 끝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설립된 학부모 단체는 지난해 스페인에서 결성된 ‘휴대전화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포블레누 (Poblenou Cell Phone-free Adolescent)’ 그룹과 비슷한 형태다. 이 그룹은 지역 학교에서 휴대폰을 없애고 가족이 자녀가 중등학교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 전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7월 국제연합(UN) 보고서는 학습을 개선하고 교실 혼란을 최소화하며 온라인 괴롭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아동의 미디어 이용시간 지나치게 길어
얼마 전 조사에서는 국내 아동의 TV나 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 시간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6일 공개한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만 3∼4세 아동이 TV,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 등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184.4분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2∼4세의 미디어 사용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3∼4세 아동은 WHO가 정한 상한의 3배 정도의 시간을 미디어에 쓰는 것이다. 3∼9세 아동 전체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185.9분이었다. 연령대별로는 7∼9세가 196.9분으로 가장 길었고 5∼6세가 169.0분으로 가장 짧았다.
기기별 이용률은 스마트폰(77.6%), 스마트 TV(65.6%), 태블릿PC(57.1%), 컴퓨터(24.7%), 일반TV(17.1%), 게임 콘솔(16.6%), 인공지능 스피커(12.3%) 등의 순이었다.
3∼9세 어린이의 75.3%는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아동의 하루 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 83분으로 조사됐다. 어린이 17.6%는 온라인 동영상을 제작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비율은 7∼9세 아동의 경우 23.9%로 더 높았다.
어린이의 57.7%가 생후 24개월 이전에 TV를 시청하기 시작하고, 29.9%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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