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병원별로 날짜를 정해 휴진하겠다고 했지만 상당수 병원이 정상 가동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자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교수가 예상만큼 많지 않아서다.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의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사의 ‘개별적 휴직 선언’에 간호사 등 병원 내 다른 직종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대·세브란스 “30일 문 안 닫아”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은 오는 30일 병원 문을 닫지 않고 정상 운영한다. 앞서 이들 병원 소속 서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30일 외래·수술 등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후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병원에 휴진 일정을 제출하고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병원이 진료를 멈추면 노조에 알리고 내부 공지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금요일’ 휴진을 예고한 대전 충남대병원, 익산 원광대병원도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가 이뤄졌다. 충남대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정상 진료한다는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병원 관계자는 “집단 휴진으로 외래 예약 일정이 변경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이달 초부터 교수들이 금요일 휴진을 선언한 청주 충북대병원은 비대위 내부에서 ‘휴진을 철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참여율이 떨어졌다.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대형 대학병원 입원 환자는 2만4085명으로 전주 평균보다 4% 늘었다. ○고조되는 병원 내부 갈등일부 병원에선 교수 휴진을 환자에게 통지하는 업무를 놓고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서울 A대학병원은 간호부원장이 “집단 휴진을 원하는 교수는 환자에게 직접 예약 취소 전화를 돌려달라”고 병원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교수가 휴진 계획을 철회했다.
교수들이 진료 일정 조정에 나서는 것은 평소에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건강상 이유나 학회 참석 등으로 병원을 비우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통상 1개월 정도 간격을 둔 일정 변경은 병원 콜센터가, 1주일 이내 긴박한 일정 변경은 담당과 간호사들이 조율한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병원 내부 목소리다. 교수들이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휴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진료 일정을 조정하려면 환자와 직접 통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환자나 보호자의 비판을 다른 직종 책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 진료과에선 교수가 직접 예약 변경 전화를 돌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 책임은 의사에게 있지만 병원은 의사만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며 “전공의 집단사직 후 다른 직원들은 무급휴가까지 가는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 교수들 집단행동 뒤치다꺼리까지 다른 사람이 맡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휴진 선언’하는 교수들다만 일부 의대 교수의 산발적 이탈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 한정호 신경외과 교수, 배우경 가정의학과 교수, 김준성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다음달 1일부터 진료 현장을 떠나기로 했다.
휴진 선언은 계속됐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속한 울산의대 비대위,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속한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다음달 3일 휴진에 나선다. 고대안암병원·고대구로병원 교수들도 집단 휴진일을 30일로 정했다.
집단행동 불씨가 미약하지만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의료계 평가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전공의 없이 당직, 수술, 외래 진료를 계속해 온 교수들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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