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발전소가 발목… SK 용인공장 6년째 착공 못해

이번엔 발전소가 발목… sk 용인공장 6년째 착공 못해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원삼면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2019년 2월,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126만평) 부지에 짓겠다고 밝혔던 공장 4곳은 계획 수립 후 6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면 지난해 초엔 공사를 시작해 내년 초부턴 공장을 가동해야 하지만, 옆 도시 주민들은 폐수가 흘러든다며 발목을 잡았고, 다른 도시에선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보상’을 요구했다. 공장을 짓기로 한 지역의 땅 주인들은 2년을 버텼다. 경쟁국인 미국·일본에선 정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텍사스와 구마모토의 옥수수밭이 삼성전자와 TSMC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인허가와 민원이라는 장애물에 막혔던 것이다.

이번엔 발전소가 발목… sk 용인공장 6년째 착공 못해

그래픽=송윤혜

◇발전소 발목에 내년 착공 불투명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런 갖가지 난관을 뚫고 지난해부터 땅 고르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발전소 건설이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대규모 설비로 가득 찬 반도체 공장은 데이터센터, 제철소 등과 함께 전력 소비가 많은 대표적인 시설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초기 계획 수립 때부터 계열사인 SK E&S가 건설·운영하는 1200MW(메가와트)급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에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스팀을 공급받기로 계획을 세웠다. 올 5월엔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탄소 중립’을 이유로 발전소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LNG 발전소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연료로 발전하는데,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등 탄소 감축 목표에 맞추겠다며 올 초부터 신규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깐깐하게 보기 시작했다. SK 하이닉스가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올 상반기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 LNG 발전소가 포함되는 것이다. 이번에 명단에서 빠지면 다음 계획 수립 때까지 2년을 또다시 허송세월로 기다려야 한다.

이번엔 발전소가 발목… sk 용인공장 6년째 착공 못해

반도체특화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조성 현장 항공사진.(2023년 11월 촬영)/용인일반산업단지(YIGIC)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최근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초격차를 다투는 미국 등 주요국이 자국 생산 기지를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속도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개나 되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 규모를 생각하면 LNG 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 1기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700MW를 웃돌고, 공장 4개로 따지면 3000MW에 이른다. 송·배전망 구축이 어려운 현실에서 별도 발전소 건설 없이는 전기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원은 언감생심…곳곳에서 딴죽만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과정은 정부와 지자체가 ‘원팀’으로 반도체 공장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각국과 다른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갖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5년을 허송세월했고, 인허가가 지연될 때마다 ‘선물’을 줘야 했다.

이번엔 발전소가 발목… sk 용인공장 6년째 착공 못해

보조금으로 ‘반도체 경쟁’ 치고나가는 美 – 지난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시러큐스의 마이크론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자국 업체 마이크론 이름이 새겨진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18조원에 달하는 보조금·대출 지원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는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사진 가운데)와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오른쪽)가 함께했다. /AP 연합뉴스

안성시가 폐수를 문제 삼았을 땐 반도체 산업 관련 배후 산단을 안성에 조성하기로 했고, 용수 문제로 여주시가 ‘상생안’을 요구하자 여주 쌀을 사고, 협력업체를 여주시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장을 짓기로 한 땅 주민들도 수용을 반대하며 버텼다. 2022년 말에야 이 같은 장애물이 모두 해결됐지만, 이번엔 발전소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국가 전략 산업이자 우리 수출 1위 효자 품목인 반도체 산업을 위한 규제 철폐 및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렇게 갖가지 이유로 공장 건설이 늦어질수록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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