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 걸고 한국과 수교 … 덕분에 성공한 총리 됐습니다"

훈센 캄보디아 前총리,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

1997년 북한과 관계 의식해

수교 반대한 국왕 수차례 설득

韓 경제 발전은 캄보디아 미래

더 많은 인재 한국서 공부 원해

매일경제 캄보디아포럼은

양국 연결하는 교류의 장 될것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인민당(CPP) 당사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면담을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과의 수교를 주도했다. 한국과 최고위 레벨의 소통 채널이 구축되길 바란다.”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매일경제와 단독 면담을 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와 투자 인센티브 제공을 언급했다. 훈센 전 총리는 지난 26일 캄보디아 인민당(CPP) 당사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국 경제사절단과 면담했다. 매경은 26~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제32차 글로벌포럼을 개최했다.

훈센 전 총리는 지난해 8월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집권당인 CPP 총재다. 다음달 중 상원의장 취임이 유력시된다. 그는 캄보디아를 내전과 가난에 얼룩진 국가에서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기회의 나라’로 변모시킨 아시아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97년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한국과의 재수교를 주도했다. 훈센 전 총리는 “노로돔 시아누크 당시 국왕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과의 수교를 반대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국왕 등 반대 진영을 여러 차례 설득하며 수교를 추진했다”고 회상했다. 캄보디아는 1970년 5월 한국과 수교를 맺었으나 1975년 4월 외교 관계가 중단되는 등 갈등을 겪었다.

캄보디아는 북한과 1964년 수교를 맺고 북한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북한과 가까운 나라였다. 하지만 훈센 당시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0월 재수교를 이끌어냈다.

훈센 전 총리는 “수교 이후 양국 무역이 증가하고 한국의 캄보디아 투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외국인 투자 2위 국가이며, 지난해 한국과 캄보디아의 교역 규모는 10억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그는 “한국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나는 성공하지 못한 총리가 됐을 것”이라며 “정치는 경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양국 수교는 두 나라 모두에 이득이 됐다”고 말했다.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오른쪽)가 인민당(CPP) 당사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면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훈센 전 총리는 “한국의 경제적 발전은 캄보디아의 미래 모델”이라며 “내 집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모두 한국산이며, 더 많은 캄보디아 인재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5만명이 넘는 캄보디아인이 일하거나 공부하고 있으며, 한·캄 다문화 가정은 1만여 명에 달한다.

훈센 전 총리는 △한·캄 양자 관계 강화 △한·메콩강 지역 협력 구축 △한·아세안 협력 △RCEP 촉진 △유엔 틀 내에서의 협력 증진 등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5가지 루트를 언급했다. 그는 “캄보디아와 한국이 외교장관 수준의 협의 라인을 뛰어넘는 최고위급 레벨의 소통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훈센 전 총리는 특히 캄보디아포럼을 개최한 매경미디어그룹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경 캄보디아포럼은 한국과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교류의 장으로, 이 같은 포럼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 캄보디아에 하늘길을 열어준 한국에 감사를 표하며, “대부분의 나라가 입국을 막았을 때 한국은 우리가 숨 쉴 수 있도록 항공을 통한 입국을 허용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한·캄 미래 협력의 분기점이 될 ‘우정의 다리’ 프로젝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훈센 전 총리는 “내년에 착공되는 ‘우정의 다리’는 캄보디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리는 한·캄 우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프놈펜 시내와 츠로이칭바, 아레이 크삿 지역을 연결하는 2개의 다리를 만들 예정이다. 완공 예상 시점은 2029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캄 ‘우정의 다리’에 대해 “교통 분산, 물류 흐름 개선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훈센 전 총리는 미래 세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총리를 더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다음 세대가 커 나갈 수 없다”며 “40대 총리와 젊은 리더들에게 캄보디아의 미래를 맡기고, 나는 경제 발전을 위해 내 경험을 차세대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훈센 전 총리는 1979년 ‘크메르 루주’로 불렸던 폴 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CPP를 창당해 캄보디아 실권자가 됐다. 1985년 총리 취임 후 38년간 캄보디아를 이끌며 경제 발전에 기여했으며,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김치를 좋아하는 친한파이며 문학과 음악, 골프에 조예가 깊다. 훈센 전 총리는 ‘평화의 리더’로도 불린다. 그는 장기 집권은 했지만, 오랜 내전에 시달렸던 캄보디아를 총소리가 안 들리는 평화의 나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총리를 그만둔 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와 경제 성장을 이끈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매경과의 면담 다음 날인 27일엔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했다. 총리는 아니지만 캄보디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매경 캄보디아포럼은 지난 26~27일 프놈펜에서 개최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포럼을 통해 △경제 개발을 위한 핵심 자원 개발 △운송·에너지·디지털화의 연결성과 효율성 강화 △투자 환경 증진△캄보디아 특별경제구역(SEZ)의 효율성 강화 △해외 투자 지원을 위한 금융 구조 혁신 등을 발표했다.

또한 훈센 전 총리뿐 아니라 훈마넷 총리, 순찬톨 부총리 등은 매경 캄보디아포럼 경제사절단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특별취재팀 = 황인혁 부국장(팀장) / 김동은 기자 / 정승환 기자 / 김규식 기자 / 고민서 기자 / 안갑성 기자 / 홍혜진 기자 / 김형주 기자 / 박제완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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