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전국 일반식당 평균 결제액 1만96원…서울 1만798원 ‘최고’작년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 전년比 2.8↑…물가상승률은 3.6%↑
서울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는 등 따뜻한 날씨를 보인 9일 서울 청계천에서 점심시간 직장인 및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2024.4.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 국내 한 반도체회사 협력사에 근무하는 A 씨(38)는 천정부지 치솟는 물가에 한숨만 나온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별도의 구내식당도 없어 끼니는 인근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애용하는 식당마다 물가상승을 이유로 적게는 1000~3000원 가격인상을 한 곳이 적지 않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자주 이용했던 한식뷔페도 지난해 8월 6000원에서 지난 3월부터는 8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점심값 부담에 식사 후 커피타임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A 씨는 “매달 월급에서 점심값으로 15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면, 지금은 20만 원이 넘게 든다. 커피라도 먹게 되면 고정 지출비용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고 전했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1만 원’을 돌파하는 등 전방위적인 물가상승세가 매섭다. 가파른 물가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 상승률에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27일 모바일식권 서비스업체 ‘식신’이 조사한 올해 1분기 모바일식권 점심값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일반식당 평균 결제금액은 1만96원으로, 첫 1만 원대를 돌파했다. 이전에도 일부 수도권 지역의 분기 평균 결제금액이 ‘1만 원’을 넘긴 적은 있었지만, 전국 평균이 넘어선 사례는 처음이다.
지역별로 서울이 1만 798원으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강원지역도 9355원으로 1만 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청으로 13.7% 올랐고, 강원 11.7%, 경기 9.6%, 경상 6.7%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의 결제금액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내식당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월평균 결제금액은 85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706원) 약 11%(854원) 올랐다. 2022년 4분기(6858원)와 비교하면 무려 24.8%(1702원)가 오른 금액이다.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오면서 물가가 어느정도 잡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에 이어 햄버거·치킨 등 외식 가격도 잇따라 인상되며 물가 안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3.3.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는 전체 먹거리 품목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실제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통계가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에서는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특히 OECD와 한국의 최근 식품물가는 다른 추세를 보였는데, 전체 OECD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9.52%) 10%대 안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5%대로 하락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3.81%로 바닥을 찍은 뒤 10월 이후 다시 5∼7%대로 올라섰고, 올해 2월에는 OECD 평균을 넘어섰다.
이처럼 먹거리 물가가 치솟은 것은 사과·배 등 과일류 가격의 급등 때문이다. 지난달 사과 물가는 1년 전보다 88.2%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도 직장인들의 주머니사정은 더 가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를 인용·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연간 임금총액은 4781만 원으로, 전년(4650만 원) 대비 2.8%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였는데, 이 같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0.8% 감소한 것이다.
실질임금이 뒷걸음질한 데에는 성과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성과급과 상여금 등 특별급여는 648만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2.9% 적었다. 2021년(14.3%)과 2022년(10.4%)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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