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의 K웨폰’은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김동현 기자가 매주 토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방위산업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남들보다 앞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태국이 노후된 F-16 전투기 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방산업체가 태국 공군에 FA-50 경전투기 판매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의 노후 전투기 전부를 FA-50으로 교환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일부 물량에 대해 ‘가성비’를 무기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은 이미 우리 국산 훈련기인 T-50 총 14대를 도입했고, T-50의 전투기 버전 스펙을 갖고 있는 FA-50의 도입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스웨덴이 장악한 태국 전투기 사업에 도전 태국 ‘타이거'(Thaiger)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KAI는 태국 공군(RTAF)에 자사의 경전투기 ‘FA-50’의 구매를 제안했다. 이미 태국은 2015년 KAI로부터 T-50 훈련기 4대, 2017년 8대를 도입했다. 2021년에도 두 대의 추가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RTAF가 자국 공군의 구형 F-16 전투기를 대거 퇴거시키고 신형 전투기 도입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또다시 KAI가 수주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태국군 국방백서를 보면, RTAF는 태국군 현대화 프로젝트에 따라 2025~2034년까지 태국 1전투비행단 102비행대대의 노후된 F-16 A/B를 대체할 12~14대의 전투기를 조달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중 일부 항공기를 우선 조달하기 위해 2025 회계연도에 190억 바트(약 7035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태국군은 오는 5~6월께 최종적으로 차기 기종을 선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태국군의 차기 전투기 수주는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E/F’와 미국 록히드마틴의 ‘F-16’ 최신 개량형(블록 70/72)가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KAI 역시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에선 ‘3파전’ 양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차기 전투기를 그리펜이나 F-16 중 하나로 선택하지만, “12대 중 일부 물량에 대해 FA-50을 넣겠다”는 게 한국의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F-16의 성능을 FA-50이 전부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신 더 싸게 많은 수의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가성비’가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한 쑤틴 클랑쌩 태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FA-50이 미국 F-16에 필적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인데 비용은 (F-16의) 절반 수준, 유지비는 더 저렴하다”고 태국 매체를 통해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방산업계에선 FA-50의 대당 도입단가를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F-16 블록 70/72의 단가는 7300만 달러, 그리펜 E/F의 단가는 65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FA-50이 경쟁 기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형 기체여서 수리가 더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시간당 비행비용으로 볼 때 FA-50이 가장 싸기 때문에 태국 조종사들이 FA-50에서 더 긴 시간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며 “또 FA-50이 T-50의 전투기 버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T-50을 도입한 태국이 FA-50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공군은 현재 T-50TH(T-50의 태국 버전)를 쓰고 있는데, 기존 T-50에 레이더와 RWR(레이더 경보수신기), CMDS(채프·플레어 장치) 등을 달아 이미 FA-50과 유사한 전투기 형태로 쓰고 있다.
하지만 태국이 미국 및 스웨덴과도 그동안 방산 협력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월남전 당시 미 공군의 기지가 태국에 있던 영향으로 미국은 그동안 ‘현대화’에 기여한 국가다. 스웨덴은 그동안 태국 공군에 그리펜 C/D 전투기, 조기경보기(S100B 아거스) 등을 공급했고, F-5TH에는 스웨덴 사브가 구축한 데이터 링크체계(Link-T)가 탑재돼 있다. 현재 태국 공군 모두 12대의 그리펜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KAI 사장 “KF-21 대당 8000만 달러에 가능”KAI는 장기적으로 우리 군이 연내 양산을 시작하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을 태국에 수출할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는 “(강 사장이) KF-21은 비행 시간당 1만4000달러의 유지비, 대당 8000만 달러(약 1099억원)의 구입 비용이 든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KAI 측에서 발표한 KF-21의 대략적인 도입비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한국 공군은 2026년 KF-21 블록-I 전투기를 양산해 2028년까지 총 40대를 인도받기로 했다. 이후 2032년까지 KF-21 블록-II 80대를 받아 모두 120대의 전투기를 인도받게 된다. 하지만 1조원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미납금 문제 등이 여전히 있어, 회사 입장에선 수출 판로를 계속 개척해, 단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가 KF-21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에 KF-21의 6세대 버전 공동개발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태국 역시 향후 KF-21의 잠재적 도입국이 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한국이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태국이 F-35 등 미국 ‘하이급’ 5세대 전투기를 쉽사리 국제시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점도 KF-21 입장에선 기회다.
태국은 이번 전투기 도입사업에서 당초 미국의 F-35 도입도 고려했지만, 미국의 반대에 막혔다. 미국이 내세운 거절 명분은 공군기지의 인프라, 유지보수 등 측면서 F-35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군사기고가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태국이 중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등 ‘이중’ 외교노선을 꾀하고 있어 미국이 태국에 무기를 주지 않은 것”이라며 “다만 태국이 당초 F-35를 도입하려 했다면, 현재 후보 기종 중 가장 고성능으로 평가받는 F-16 블록70에 가장 초점을 둘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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