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가입자들 '발 동동'…은행권 불완전판매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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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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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 상품을 대거 취급한 은행을 중심으로 가입자에게 상품 위험 설명을 충실하게 한 게 맞느냐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점화되는 기류다. 일단 은행 쪽에선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향후 손실이 확정되고 당국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손해 배상 관련 절차가 뒤따르는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홍콩 ELS’ 뭐길래…내년 상반기 3조 원 손실 우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은행권을 통해 많이 판매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운데 약 8조4천억 원 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해당 상품 가입 시점인 2021년 대비 크게 하락한 홍콩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3조 원 넘는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종목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지수다. 이 지수는 2021년 2월 12271.60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 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국면을 거치며 27일 현재 6025.22로 50.9% 추락했다.

 

국내 은행들이 판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해당 지수가 일정 ‘기준폭’을 넘어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은행은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통상 기준폭은 상품 유형별로 30~50% 수준이며 만기는 3년이다. 만기가 되지 않아도 6개월마다 조기에 원리금을 뺄 수 있긴 하지만, 기간별로 정해진 주가 하락폭 기준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결국 ‘이례적인 지수 폭락’만 없으면 가입자는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지수가 2021년 초 대비 반 토막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이 상품이 특히 위험한 건 기준폭을 넘어 지수가 폭락하면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부 가입자 “원금 보장 된다더니” 은행은 “위험 설명했다”…불완전판매 쟁점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칫 이자는커녕 원금도 챙기지 못할 위기에 처한 가입자들 사이에선 은행을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품 투자의 책임은 가입자에게 있긴 하지만, 판매자 쪽에서 법에 따라 상품 위험 설명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주택을 판 돈을 포함해 9억 원으로 2021년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 가입했다는 A(75)씨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입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은행 직원이) 6개월짜리 상품이 있다고 얘기를 해서, ‘원금이 보장되고 만기 때는 찾느냐’고 했더니 ‘예. 찾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가입을 하자고 했더니 (직원이) 바로 AI로 된 상품 설명 녹음기를 틀어놓고 대답만 ‘네, 네’라고 하라고 했다”며 “6개월 뒤에 (돈을) 찾으러갔더니 홍콩 지수에 의해 (조건을) 충족 못했기에 다시 6개월 뒤에 지수만 충족되면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고 얘기를 하더라”라고 주장했다.

 

은행에선 상품 관련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고 가입자가 동의한 녹음까지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 같은 가입자들의 주장과 맞물린 ‘불완전판매’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21년도는 불완전판매 이슈가 워낙 크게 대두되던 시기여서 완전판매가 될 수 있도록 고객 녹취, 서류 작성 절차가 철저하게 이뤄졌다”면서도 “그럼에도 100% 완전판매가 이뤄지진 않았을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확인 땐 손해배상 등 후폭풍…”은행 판매 제한해야” 목소리도

'홍콩 els' 가입자들 '발 동동'…은행권 불완전판매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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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히 설명을 했다’는 취지의 은행권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해당 설명이 요식 행위에 그치진 않은 건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엔 금융상품 판매자가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경우 투자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 중요 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일정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자본시장법 시행령)엔 65세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는 판매 과정을 녹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런 금융소비자 보호 규정 강화 논의의 주요 계기가 된 2019년 은행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안’을 내놓으며 상품 판매 시 이뤄지는 설명과 관련해 “단순 확인 방식이 아닌 투자자·판매직원 모두 자필 또는 육성으로 진술하는 절차만 인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컨대 투자자 입장에선 단순히 설명 관련 질문에 답하는 걸 넘어 자신이 이해하는 상품의 특성, 최대 위험 등을 직접 기록, 또는 진술하는 방식으로 판매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은행의 ELS 상품 판매 관행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강조해 온 한 전문가는 “은행 창구에서 설명을 늘어놓고 가입자에게는 그저 ‘사인하라’는 식은 아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물론 증권사까지 전수조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도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볼 전망이다. 추후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고 불완전판매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가입자들의 손해배상 절차가 뒤따르는 등 가뜩이나 ‘이자 장사’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은 더욱 코너에 몰릴 수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손실액의 최대 80%까지 금융사가 배상 책임을 질 것을 권고해왔다.

 

한편 일각에선 원리금 보장 상품 중심 취급기관인 은행에서 ELS 등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렇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에 대해선 최소한 은행에서라도 판매가 제한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 또는 실적 반영 구조를 들여다보고, 과도한 측면이 있으면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ELS건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할 수 있는지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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