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가 직접 밝힌 "성불하쇼" 의미 [TEN인터뷰]

용병 동료들의 죽음에 슬퍼하지만 반짝이는 귀중품을 본인의 주머니 속으로 챙기고, 친근한 사투리와 달리 무자비한 인물인 스나이퍼 이성조.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인간미로,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이성조 역을 맡은 배우 서현우는 정진만(이동욱)의 조카인 정지안(김혜준)과 10여 년 전부터 이어온 질긴 인연으로 쫓고 쫓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지영의 작가의 원작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에서 크게 서사가 부각되지 않았던 이성조는 서현우의 울그락붉으락한 얼굴과 만나 금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부여한다.

원작인 ‘살인자의 쇼핑몰’에 적힌 이성조의 짧은 분량과 달리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는 정진만과 정지안을 죽이기 위한 강한 집념과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인다. 서현우는 “‘살인자의 쇼핑몰’에서 이성조에 대한 소스를 많이 얻지는 못했고, 그저 분위기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 순전히 이성조 캐릭터는 감독님이 창조한 영역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역할이 이 작품 안에서 해내야 하는 역할이 뭘까를 생각해봤다. 베일이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라면, 이성조는 그 사이에서 옥신각신하는 인물이 아닐까. 처음에는 정진만 팀장도 잘 모시지 않았나. 기회주의적인 면이 이성조의 내면 안에 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성불하쇼”라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이성조는 섬뜩함과 코미디를 오가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서현우는 “성불하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보면 성불하라고 하지 않나.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고아 출신으로 용병 사람들과 식구가 되면서 자기는 어차피 지옥을 간다는 말이 섬뜩하게 들렸다. 그럼에도 계속 망설임이 있고, 일말의 휴머니즘이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지안이 쇼핑몰에 들어가서 넋두리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정식 킬러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 액션 준비도 철저하게 했을 터. 서현우는 “촬영 3개월 전에 액션 스쿨에 갔다. 저격총은 반동이 훨씬 심하더라. 근데 스코프를 통해서 상대를 저격한다는 것도 달랐고, 거리가 굉장히 멀었다. 이성조의 액션에 특이점이 있다면 몸을 사린다는 점이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정진만이 피는 속일 수가 없구마잉~”라며 과거 어린 정지안(안세빈)과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웃긴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장에서 아역배우 안세빈을 보고 놀랐다는 서현우는 “너무 어른스러웠다. 슛이 안 가는 시간이어서 ‘뭐하나’를 봤더니 벽돌을 쥐고 있더라. ‘지안아 뭐하니’라고 했더니 벽돌을 살며시 내려놨다. 메소드 아닌가(웃음) 아역배우가 아닌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그 호흡을 받으려고 노력을 한 것 같다. 어린 지안이지만 김혜준 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침대 밑을 들여다보면서 어른이 된 지안이를 찾는 장면에서는 이상한 뭉클함까지 오더라”라고 언급했다.

늘 살의를 가지고 뒤쫓는 정지안 역의 배우 김혜준과의 호흡에 관해선 “분위기메이커라는 말이 딱인 것 같다. 너무 쾌활하고 밝은 에너지가 너무 좋다. 사실 7~8화부터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하는데, 어린 지안과 성인 지안을 만날 때 어떻게 변해있을까라는 생각에서 기대가 많이 됐다”라고 답했다.

용병 시절, 팀장으로서 믿고 따르던 존재에서 앙숙이 되어버린 정진만 역의 배우 이동욱에 대해선 “정진만 그 자체였다. 이동욱 형은 슛 들어가면 완전히 프로다. 연기를 꿈꿀 때부터 배우를 하던 형이었기에 첫 촬영 때도 신기했다. 첫 촬영이 건물 옥상에서 베일의 물건을 태우면서 성불하던 장면이었는데, 내가 이동욱 배우와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었다. 컷하는 순간 너무나도 다정한 사람이다. 뜨거운 물과 찬물이 공존하는 사람 같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분기점이 된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꼽은 서현우는 “체감상 변화를 많이 느끼게 해준 것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소감을 말할 때 ‘프로필을 한움큼 안고 감독님을 뵀는데, 이렇게 한큐에 볼지 몰랐다’라고 했다. 기라성 같은 감독님께서 한마디씩 좋은 말들을 해주셔서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인 것 같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끈질긴 집념으로 정지안을 쫓고 총구를 겨누던 이성조처럼 서현우라는 배우로서 어떤 점에서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원동력을 갖느냐는 물음에 그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서현우는 “늘 느끼는 재미는 나를 발견하는 점이다. 이 발견이 가뭄이 오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내 안에서 발견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바깥에서 찾는 것 같다. ‘참 우리 아빠를 많이 닮았구나’, ‘엄마를 닮았구나’ 그 단계에서 진화해온 것 같다. 나 자신의 우주를 계속해서 발견한다고 생각한다. 그 우주가 작품 안에서 정확한 포지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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